머리부터 발 끝까지 핫 이슈가 발생했다.
머리는 무겁고, 빡빡해진 눈꺼풀이 위로 올라가지 않는다.
으슬으슬 떠느라고 가슴팍이 아련하다. 밤새 이불 한 장이 그렇게도 그리웠을 뿐이고...
어깨는 누가 후려친 것 처럼 빡빡하다. 오들오들 떠느라고...
다리가 말을 듣지 않는다. 이대로 어디 숙소에 들어가라고 나를 끌어갈 것 같다.
모두들 체력이 좋다. 등산으로 단련되신 분들 답구나...
1. 오전 6시 30분. 해수랜드
깨끗이 씻는다. 정말 깔끔하신 분들. 겨울철 샤워는 하루에 한 번만 하는 건데...
어제밤에 씻고 아침에 전신 샤워를 또 하신다. 그러면 피부 마르는데... 로션도 안바르시고...
세수만 하려고 했는데 군중심리에 반응하는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2. 오전 7시. 해장국집 이동
시외버스 터미널 근처. 역시 당주님의 인도로 해장국집 이동.
오랜만의 아침이라 뭘 먹아야 될지도 모르겠고, 그냥 들어봄직한 순두부 주문. 맛은 대만족!
강렬하지도 않고, 순후한 그 맛!
# 해맞이 해장국집
# 소고기 해장국
# 순두부
# 제주도의 바위는 요래 구멍이 슝슝
3. 오전 8시. 주전부리 구매
산에 가는데 왜 초코바와 먹을 걸 사는거지?
대충 물 한 병만 가져가면 된다는 나를 반성해본다.
이 초코바가 없었다면, 그 몽쉘통통이 없었다면 산에서 조난 당했을 것 같다.
# 저 멀리 눈덮인 한라산
4. 오전 8시 30분. 성판악행 시외버스 탑승
서울에서 잘 쓰던 신용카드가 먹히질 않는다. 시외버스에 설치된 단말기... 무늬만 같고 제주도에만 사용되는 버스카드 같은 게 있나보다.
잠들었다. 약 30여분 꿀잠을 자고 내리니 한라산 성판악 입구에 도착
5. 오전 9시. 한라산 성판악
수많은 등산객들과 관광버스. 그 많은 사람이 눈 덮인 한라산을 등반하려고 준비한다.
아이젠... 스패츠...의 중요성, 사람은 겪어봐야 안다더니 딱 그 꼴이 그 때의 모습이다.
여기저기 파이팅을 외치는 소리. 꼬마들이 너무 즐거워한다. 나는 힘든데, 원자로를 저장한 꼬마들.
혼자 오르려는 사람들, 단체 산행인들. 줄을 지어 한라산을 오르기 시작한다.
6. 오전 9시. 한라산에 오르다.
금바우님, 당주님, 어린왕자님, 나 거여.... 이렇게 4명이서 힘차게 파이팅을 외치고 산에 오르기 시작한다.
눈이 정말 많다. 50cm는 쌓인 듯 하고 얇은 개울 같은 다리는 눈에 묻혀 평지처럼 보인다.
# 출발 했을 때 보다 눈이 너무 많고 미끄럽다. 아이젠 착용. 저 나뭇가지들에 쌓일 정도로 많은 눈이 내리고 또 쌓였다.
# 등산하다 아차... 등산 기록 남겨야는데 하며 이미 지나버린 건 어쩔 수 없고 사진 찍기 시작
# 이 때 쯤이었나. 힘들어서 카메라는 가방속으로 들어가고, 나는 힘이 들어가고...
# 진달래 대피소. 눈 정말 많다. 징허다.
# 나무 밑둥이 파묻힐 정도로 많은 눈이 한라산에 내렸다. 누가 그랬나. 따뜻한 남쪽 나라 제주도라고.. 확;
# 오후 1시. 정상을 약 2km 앞 두고 보온병에 넣어간 물로 라면 점심 시작. 물이 식어서 미지근한 라면 흡수.
# 왜 좋아할까요? 그 이유는 저 코르크 마개를 따는데. 듀퐁 라이터처럼 푱~~ 이러면서 '그래 이 소리야'하며 한라산에 녹아 들다.
# 눈 속에 조니? 조니가 없었으면 알콜빨도 없었고 백록담도 못볼 뻔.
# 눈 폭풍으로 저 10미터가 보이지 않는다.
# 정상에 가까워지자 줄 지어 오르는 사람들
# 백록담. 눈 폭풍이 잠시 멈췄을 때 찍었으나... 흐릿하니 보이지 않는다.
# 백록담 둘레
# 단체샷. 금바우님의 옷을 보면 눈 폭풍의 흔적이... 평범한 일상복의 최후를 거여주민에게서 느낀다.
# 하산 길
# 눈으로 봤을 때는 멋있었는데, 초보 사진가의 비애랄까.
# 한라산 3인조.
# 나무 눈꽃.
# 눈 밭을 비행중인 어린왕자님.
# 야호~~ 하산이다. 포효하는 거여주민. 살아 돌아가게 되어 감사합니다...
# 주섬주섬 금바우님.
#우와. 눈 덮힌 산은 멋지구나.
# 멀고도 험함이 예상되는 하산 길
# 눈 폭풍에 저 앞 산도 흐릿할 뿐.
# 우리 저기 가는거야~~ 와 멀다.
# 저 앞으로 가야하는데.
# 이런 내리막이 1/3 정도. 높이도 30cm ~ 60cm 가량. 하산 길에 이 자세는 기본 자세가 되고...
# 하산 길 비료포대 체험의 현장. 정말 높았는데... 한 몇 미터만 날면 계곡인데. 겁을 상실한 당주님.
# 또 하나의 용자 어린왕자님. 용감하시다. 나는 겁많은 소시민 거여라 안됨.
# 다리를 넘어서, 다시 산을 올라야 할 생각에 아득해진다.
#다리 반대쪽의 계곡. 너무 멋있다.
#한라산 3인조. 사진찍기 위해 먼저 다리위에 자세를 잡았으나 너무 멀어 급히 내려가는 거여.
# 저 멀리 어딘지.
#삼각봉 대피소. 사람들이 좀 깔끔하게 사용하지. 안은 너무 더럽다.
# 푸른 하늘
# 하늘만 라이트룸으로 보정했는데 너무...
#눈보라와 구름에 덮힌 산
# 라이트룸으로 강조한 구름
#산봉오리에 눈과 구름(?)
# 구름 반, 산 반
7. 오후 6시 30분. 하산 완료
눈 쌓인 숲을 따라 하염없이 내려왔다. 정말 하염없이란 말이 무엇인지 몸으로 느끼게 해주는 하산 길.
보이는 건 눈.눈.눈...
눈이 너무 와서 고개를 들지도 못한다. 고객를 숙이고 몇 시간여를 걸으니 목이 올라가지 않는다. 어? 아프다.
이게 어제 잠을 못자서 오늘 비몽사몽인지 모르겠다.
그저 눕고 싶다. 배도 안고프다. 어서 한 숨 자고 싶다...
8. 오후 7시. 저녁
닭백숙집을 가려 했으나 너무 많은 눈이 온 관계로 택시가 못들어간다고 한다.
어쩔 수 없이 영양보충은 뒤로 미루고 숙소 근처의 고기집에서 갈비 흡수.
숙소로 이동 후 1차 맥주 흡수.
2차로 밤 10시가 되기 전에 잽싸게 매점에 가서 한라산+맥주 준비
한라산과 곁들인 당주님의 한 입에 털어넣는 특제 소맥...에 빠져서 허우적 거린 거여주민
다시 이런 날이 올까 싶기도 하지만, 술독에 빠진 거여주민이 말했다.'당주님 한 잔 더? 콜??'
당주님은 무조건 콜. 그러나 거여는 그 후로 말이 없었다.
9. 기타 이야기들
한라산 내려오는 중에 얇디얇은 옷 입고 단촐한 가방에 하산중인 이성들 발견.
김밥도 2줄만으로 연명한 채... 대단한 등산 유저가 아닌가 싶다. 초코바와 알콜 없었으면 거여는 어찌 됐을까...
두 유부 당주님 금바우님의 재치에 이성분들은 꺄르르... 한다.
하산 길을 같이 했다. 이상 끝.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
제주도행의 목적이었던 2일째가 흘러갔다.
내일이 벌써 마지막날. 아쉽다. 2박 3일은 부족하다고 느낄 무렵 옆 방에서 탱크가 지나갔다.
문을 살짝 닫으니 탱크가 저 멀리서 움직이는 것 같다. 만족. 오늘은 푹 자야지...
... 출입문 방에서 전투기가 한창 하늘을 날아다닌다. 훈련 열심히 한다. 쉬지도 않고...
전투기 잡아서 그냥 한 잔 더 할까?라고 고민했다.
이건 엄청난 고민거리. 닭이 먼저일까 알이 먼저일까.
새벽 5시 요리조리...
전투기가 등뒤로 날아왔다.
비행기 탄 게 엊그제인데 이제 전투기인가.
비행기는 내일도 타니까...하며 전투기를 피해 전투기가 날아온 격납고로 이동 문을 닫고 드디어 잠을... 이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