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 세월호 생존학생 스스로 탈출했을 뿐...
이하, 2017년 1월 9일자 JTBC 뉴스름 앵커브리핑 부분 발췌
뉴스룸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저희는 구조된 것이 아닙니다. 스스로 탈출했다고 생각합니다."
3년 만에 어렵사리 입을 뗀 생존 학생들의 말은 그랬습니다.
누구도 나서서 지켜주지 않았던 처절했던 순간…
그들은 그렇게 세상으로 나왔습니다.
그리고 돌이켜보면…
그 아이들이 세상으로 나온 이후엔 암흑 같은 트라우마에서, 혹은 살아왔다는 미안함에서...
그 절체절명의 순간에 들려왔던 첫 번째 음성
'움직이지 마라. 가만히 있으라.' 그리고 1,000일동안 이어진 세상 한 쪽의 목소리들
그것은 단지 가만히 있으란 말보다 더 실망스럽고 때로는 공포스럽습니다.
대통령은 한 번의 담화 이후 이들을 외면했습니다.
지금도 국회 앞에서 눈길조차 주지 않았던 대통령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많습니다.
자칭 보수단체, 사실 진정한 의미의 합리적 보수와 상관없는 일부 세력들은 가족들의 애를 끊는 단식 앞에서 피자로 배를 채웠고 유족들은, 살아남은 아이들은 그들이 배를 채운만큼, 아니 그보다 비교할 수 없이 더 진실에 배가 고팠을 것입니다.
정부와 여당은 세월호마저 보수니 진보니 하는 진영로 갈라 놓은 다음, 심지어는 단지 교통사고일 분이라고 깎아 내렸습니다.
오늘도 드러난 사실이지만 청와대는 304명이 물에 잠긴 참사 앞에서 정권의 안위부터 걱정했고, 교황의 방문이 혹 이런 안위에 해를 끼칠까 전전긍긍 했습니다.
온갖 우여곡절을 겪은 세월호 특조위는 어떤가.
특조위 활동에 정부가 한 일은 말 그대로 방해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는 수준이 아닌가.
특조위는 마치 난민처럼 떠돌다가 역시 침몰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세월호 7시간, 사람들이 왜 알고 싶어하는지 왜 알아야만 하는지.
더 이상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그 7시간은 지금도 여전히 의문속에 남아있습니다.
지난 1,000일 동안 이 모든 것을 말 없이, 혹은 말도 못한 채 지켜봐 왔던 아이들은 이제 20살 청년이 되어 광장에서 말했습니다.
이들은 구조됐던 것이 아니라, 스스로 탈출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습니다.
그들은 세월호에서도 스스로 탈출했을 뿐 아니라, 세월호 이후의 삶에서도 구조받지 못했고 그들 스스로 탈출해서 광장에 섰던 것이 아닌가. 우리가 해줄 수 있는 이야기는 그저. '나이테는 겨울에 자란 부분일수록 여름에 자란 부분보다 단단하다.'라는 신영복 선생의 글귀 정도...